morbid(5)
morbid(4)


판사는 잠시 이야기를 멈춘 루케니에게 질문했다.
"그는 어떻게 엘리자베트 황후가 도착했다는걸 알려주었나?"
"신문이었소!"
"제네바의 신문들 중에 하나가 엘리자베트 황후가 그 도시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 대서 특필 했소. 그녀는 보 리바쥬 호텔에 묵을 예정이라는 것까지 나와 있었소."
"그날은 언제였소?"
"1989년 9월 10일. 무척 아름답고 화창한 날이었소."
"그리고 나선 어떤 일이 있었소?"
"몰라서 묻소? 엘리자베트 황후를 죽였소!"
"그게 당신 이야기의 끝이요?"
"아니, 아직 조금 더 이야기 할 것이 남았소. 그리고 당신 역시 내가 여기서 이야기를 마친다고 해도 만족하지 않을 거요."
"그 이전에 법정은 당신의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걸 말해 두어야겠소. 루이지 루케니."
"뭐가 문젭니까? 비역질 하는 이야기는 믿지도 못하겠다는 거요?"
 루케니의 말에 판사는 가볍게 코웃음 치며 대꾸했다.
"날 뭘로 보는 거요! 내가 이 자리에 이때껏 있으면서 그런 얘기를 한 두번 들었는 줄 아시오? 하지만 사랑이니, 죽음이니 동화에 나올것 같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재판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하라는건 무리요. 좋소. 계속해 보시오. 일단 들어는 주겠소."
"귀하신 시간을 내서 들어주신다니 퍽이나 고맙구려. 내가 만약 그대로 그냥 죽었다면 들을 이야기가 줄었을 테니 당신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었을 거요. 나도 그러길 바랬었소... 아무튼 내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런 의미에서 저승의 이 심판제도는 결말이 어떻게.."
"됬소, 그 이야기는 안 하기로 12년전에 이미 약속하지 않았소? 또 그 건에 대해서 건드리진 말아주었으면 하오. 이야기나 계속 하시오. 그나저나 만약 당신이 한 증언이 사실이라고 할 때 왜 이제까지 버티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지 의문이요. 그 점만을 보아도 지금 당신이 하는 이야기를 믿을 수 있겠소?"
"거기엔 ...이유가 있었소."
"어떤 이유요?"
"기껏 100년만에 사실대로 말해줄 마음이 들었는데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입닥치라는 법정에 더 해줄 말은 없소!"
"대답하시오, 루이지 루케니!"
루이지 루케니는 입을 다물었다. 재판정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않았다.재판장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어 피고를 재촉하려고 할 때, 방청석 뒷쪽에서 밝은 남자 목소리가 질문했다.
"내가 증언을 한다면 그의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나?"
재판장안의 이목은 일제히 질문이 날아왔던 곳을 향했다. 질문의 주인공은 금발의 젊은 남자였다. 재판장의 어두컴컴한 조명아래서도 그의 금발은 인상적일 정도로 밝게 빛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 자락을 펄럭이면서 방청석을 가로질러 재판장의 중앙,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자신을 볼 수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당신은 누구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 그의 얼굴도 모르면서 저승의 판사노릇을 이때껏 해왔단 말이오?"
기가 막히다는 듯이 대신 대답한 것은 루케니였다.
"모르오"
"죽어본 적도 없다는 거요? 태어난 적도 없고??"
"난 14세기에 죽었소. 그때 나는 피사 대학의 법대 교수였고 흑사병으로 죽었었는데, 나를 에레보스로 데리러 왔던 죽음은 저런 인물이 아니었소.죽음의 춤 그림에서 보던 것 같은 검은 누더기를 걸친 해골이었는데, 머리에는 에메랄드와 항금으로 만든 뱀이 아로새겨진 왕관을 쓰고 있었소.그는 또한 기다란 나무 노를 스스로 잡고 나와 다른 죽은자들을 강가로 건네줬소."
시대에 뒤떨어진 퇴물 같으니라고, 루이지 루케니는 투덜거렸다.
"루케니!"
"알겠소."
"당신은  저 남자가 누군지 알고 있소?"
"...소개하겠소."
루케니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앞에 놓인 책상에 올라가더니 갑자기 들어온 남자를 한껏 손을 들어 정중하게 가리키며 외쳤다.
" 아텐치오네! 좌중에 계신 존경하는 재판장 님과 그 외 모든 죽은자 여러분."
"...죽음 폐하께서 납셨습니다."
죽음이라고 소개받은 남자는 자신에게 주목한 사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까딱해 보이며 시선에 답했다.
"무슨 일로 이제와서 나타난 거요?"
소개를 마친 루케니는 남자에게 이를 갈며 물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니 들으러 왔다. 그 동안은 나완 상관 없는 이야기들 뿐이라 오지 않았었지."
"개새끼!"
"증인과 피고! 재판 중에 개인적인 잡담은 금지되어 있소."
"내 증언을 받아들이겠다는 거로군."
"당신이 진짜 죽음이라는 것만 증명할 수 있다면 받아들이겠소."
"여기 와있는 많은 죽은자들이 이미 그렇다는걸 인정하고 있소."
"그렇다면 증인! 피고가 당신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는 바가 사실임을 증명겠소? 당신이 그녀의 죽음을 사주했다는?"
"가장 짧게 대답하려면 뭐가 좋을지 모르겠군. 그래, 이렇게 말하면 되겠소? 나는 그녀를 사랑했었소."
"그 외의 사실들도 인정하겠소?"
"글세, 그가 나에 대해서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다 듣지는 못했으니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허언을 한다면 충분히 반박하겠소. 그정도면 되겠소?"
판사는 이젠 말 안 듣는 피고도 모자라서 은근슬쩍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회피하는 증인까지 등장한 것에 깊은 유감을 느꼈으나 그들의 성실치 못한 답변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말하는 바가 어느정도 진실이라는것은 알 수 있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실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야기를 계속하시오, 루이지 루케니!"
by viai | 2006/10/16 23:02 | Winter's tales | 트랙백(2)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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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비아이의 마비노기 일기장 at 2006/10/2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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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bid(5) 그러나, 그전에 증인은," "법정의 정숙을 위해서 계속 서 있지 말고 착석하시오!" "내 눈에는 이 법정안 어디에도 증인석은 보이지 않는군." "원하는 자리 어디든지 마음대로 앉으시오." "그렇다면 여기가 좋겠소." 푸른옷의 남자가 선택한 곳은 판사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몇 단의 낮은 계단이었다. 그곳은 판사의 바로 옆 자리이도 하고, 죽은자가 말하는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 볼 수도 있었다. 남자는 그 계단......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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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오곡 at 2006/10/17 20:58
........여기 뒷 이야기를 무지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도망)
Commented by Innocent at 2006/10/17 22:36
비아이 님이 쓰시는 거라 그런지 죽음 비주얼이 올렉 씨로 돌아가고 이씀니다(...)
(판사를 따라서) 자, 루케니 빠 비아이 님, 이야기를 계속해주세요!<-
Commented by viai at 2006/10/18 00:09
오곡/영광입니다. 저도 오곡님내신 루케니 책 책 잘 봤어요(...)

Innocent/ 원래 올렉씨 죽음에 카스텐 +이단님 모델로 쓴 거니까요...작가의 의도와 비슷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o;

..말해 소용없는 짓이지만 저 루케니 빠 아님다.(벌헉)자꾸 그렇게 부르심 엔딩 안 냅니다!!
Commented by viai at 2006/10/18 14:30
Innocent/ 하일트님이 카스텐으로 보셨다는데 충격받아선지 카스텐으로 오타 냈군요. 세르칸입니다......;;;
Commented by 오곡 at 2006/10/18 19:53
.............orz(쪽팔려 토혈)
Commented by nir’ at 2006/10/19 00:12
(비아이님이 루케니빠가 아니시라니, 그거 농담이신거죠? 라고 하려다가)

물론 아니시죠. 다음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라면 설령 올렉파가 아니라고 하셔도 믿겠습니다! 그러니 이야기를 계속해주세요 비아이님 <-
Commented by 하일트 at 2006/10/19 01:09
아무렴, 비아이 님은 루케니 빠일 리가 없죠. 비아이 님은 제가 예스퍼 파가 아닌 것만큼이나 확실하게 루케니 빠가 아니시죠.(엔딩은 일단 봐야겠기에 맞장구쳐준다)
Commented by 산도 at 2006/10/19 04:47
와 비아이님 대체 이게 얼마만의! >_<
그런데 개새끼가 왜 이렇게 좋죠...저걸 이탈리아어로 하면 뭘까 생각해보니 재미있습니다. 뭘지는 몰라도 발음만 들으면 분명 루케니의 다른 욕처럼 예쁘게 들릴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viai at 2006/10/20 18:46
오곡/ 죄송해요. 저 코믹에서 사신분이 보여주셔서 봤는데 이번에 알바비 타면 한권 사드릴게요. 재고 있으세요?

nir, 하일트/제가 뭐라고 말을 해도 하일트님이 절대 안 믿어 주실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니르님까지 저의 진심을 오해하고 계시다니 너무하세요,흑흑.

음, 인정할게요. 저 루케니 캐릭터 좋아해요. 아마 하일트님이 가진 애정의 5배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제 엘리자베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뭔가 애증병존이고, 꽤 냉정하게 꼬여있다고요. 전 빠가 아니예요. 빠심은 죽음에게 더 가있다고요. 제가 쓴 팬픽엔 전부 죽음이 등장하는데 왜 제가 죽음 빠가 아닙니까? 음, 사실 좀 더 진지하게 떠들려고 했는데 그러나 문득 지적으로 예스퍼 안티질 하다 결국 무뇌기 들어서신 하일트님이 생각나서 공포에 떤 거 아세요?...
Commented by viai at 2006/10/20 18:51
산도/ 앗, 산도님 읽어주고 계셨군요. 전 아무도 이거 안 읽으시는 줄 알았어요^_^

개새끼...이번 화의 핵심은 본의아니게 저 대사입니까. 산도님 말고 다른 분도 저거 칭찬해 주셨었어요(좌절) 저희는 아가씨 팬덤 아니었나요.O<-<

에리양이 제보해 준 바에 따르면 barstardo가 비슷할 것 같데요. 하지만 제가 바랬던건 호로자식이 아니라 son of bitch니 좀 더 연구해 보겠습니다.(꾸벅)

Commented by 에리 at 2006/10/21 18:00
엠에센에서 이전 룸메양한테 물어봤습니다. figlio di puttana래요-ㅂ-
Commented at 2006/10/24 06: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viai at 2006/10/26 20:58
에리/ 필리오 디 푸타나~ 로군요(...)

비공개/ MSN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헤드셋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와서 지금 들으면서 쓰고 있습니다. 감사해요'_' 일단 비츠케부터 들어보고 언더를 들어보려고요.

...그리고 기대를 하시고 계시면 답글을 다세요, 답글을!
Commented at 2009/11/02 23: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viai at 2009/11/03 12:50
w님/ 왠지 그나마 루케니가 원이님께 유지하고 있던 괜찮은 이미지를 이글로 박살내 놓은 거 같습니다. 루케니군에게 왠지 미안하군요. 전 얘를 까려고 쓴 글이 아니고 나름 역사적으로 볼때는 미화한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후반부 가면 퀼리티 붕괴가 있어서 닫아두었었지만, 끝까지 배째고 열어두지요, 뭐(...)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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