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이야기 (13)

보리스는 내 손을 잡고 한참동안 도시를 가로질러서 빠르게 날아가면서 그동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빨리 지나가 버려서 길거리는 마치 빠르게 돌린 영화 화면처럼 사람들과 함께 휙휙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는 떠올라서 이제까지 가보지 못했던 도시와 바다와 숲 위를 날아갔습니다. 빽빽하게 자란 크고 검은 나무들이 잠들어 있는 숲은 조용했어요. 싸늘하고 차가운 은빛 달이 가까이에서 우리들을 비춰주고 있었습니고 눈물 방울처럼 선명한 별들은 마치 손에 잡을 수도 있을 것처럼 가까워 보였습니다. 부드럽고 상쾌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머리카락과 발을 간지럽혔습니다.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춥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주 포근하고 따뜻한 것에 감싸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참동안 날아다니기만 하는데 지루해진 나는 마침내 보리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디로 가는 거야?"
보리스는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와 보면 알게 될 거야."
"그 반지는 기억을 봉인하기 위한 거였지?"
"응.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서 만든 거였는데 설마 그렇게 사라져 버릴 줄 몰랐어."
"이제 나는 다 기억나. 아마 지금은 없어져버렸겠지만 그 거리의 낡은 집에서 모두와 함께 지냈었어. 나는 이제 닉도 기억나 닉은 노란 머리를 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걸 좋아했었어. 그리고 나는 사람들 중에서도 제일 귀여워했었어. 아마 안네 마리와 보리스 말고는 나를 가장 귀여워 해줬던 거 같아."
"그 애는 우리들 중에서 가장 어렸었지. 죽었을 대 나이가 16살밖에 안 됐었으니까. 그 애는 너를 동생처럼 참 귀여워했었어. 닉은 마약을 파는 상인의 거래 현장을 보았다가 들켜서 살해당했었지. 그리고 아마 우리들 중에서도 가장 빨리 복수를 했었을 거야."
"너는 마치 우리 복수 모임의 마스코트와 같았어. 너를 키우면서 우리는 점차 목수와 관련된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가는 것을 발견했지. 그때까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던 범인들도 금새 우연한 경로를 통해서 찾아낼 수 있었고, 어떻게 하면 가장 심하게 그들을 골탕먹일 수 있을까 에 대한 힌트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아 나왔어. 물론 나와 에바 마리는 우리들의 복수뿐만 아니라 다른 유령들이 복수 할 수 있도록 하는걸 도와야 하고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너를 돌보는데 많은 정성을 들였지. 우린 유령인 선에서는 너를 잘 돌보았다고 생각해. 너는 무척 영리해서 이것저것 우리가 아는 최선의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무척 노력했었지. 다들 저마다 나이든 어른 유령들이어서 자기 자식들이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잃어버린 가족 대신에 너를 그토록 귀여워했던 거야."
"나는 내가 보리스와 에바 마리의 아이였을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래서 내 주변에서 날 지키기 위해서 있어주는 거라고도 생각했었어."
보리스 이바노비치는 내 손을 좀 더 꽉 잡았습니다.
"아니야. 그렇게 일이 잘 풀리지는 에바 마리 말로는 나와 그녀 사이에도 딸이 있었다고 해. 하지만 그 애가 태어났을 때에는 나는 이미 죽어 있었고 에바 마리는 그 딸을 돌봐 줄 만한 여유를 가질 수 없었지. 그리고 우리가 죽은 지 한참이나 지나서야 우리는 복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어. 우리가 죽은 건 거의 20년이나 30년이나 지난 후였단다. 우리가 복수를 하려 했던 상대가 살아있고, 더더욱 이나 부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 들고 뚱뚱해져서도 무척 잘 살고 있었다는 건 어쩌면 우리에게 행운이었어. 우리는 그가 자연스럽게 죽기를 바라지 않았었거든."
"그러면 보리스, 그 딸이 무척 보고 싶겠네?"
"응, 하지만 이제 와서는 도저히 그 애를 만나러 갈 수는 없으니까. 나는 포기했어."

"자기가 저지르지 않았던 일로 안드레이는 감옥에 갇혔고 심지어 칠칠치 못한 변호사 때문에 별다른 항소도 해보지 못하고 사형을 당했어. 그는 아주 오랫동안 자기를 모함하고 죄를 덮어씌운 사람이 누군가를 찾아야 했지. 또 그는 무엇보다도 살인자의 아내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살아가야 할 자기 아내를 위해서 뭔가 보상을 남겨주고 싶어했었지. 아내가 그가 죽은 다음에 곧 아주 부유한 다른 남자와 결혼하긴 했지만 그는 그녀가 아주 자기를 잊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 그가 나와 에바 마리를 만났었던 건 무척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 나는 그런 일에서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힘을 발휘했는지 그에게 설명해 줄 수 있었어. 안드레이는 자기 집에 증거들을 놔두고 간 것은 다름 아닌 자기의 친구였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안드레이는 아마 자기 친구가 수영을 하는 동안 물에 빠뜨려 질식시켜 죽였다고 해. 그 남자는 자기 발목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 자기의 죽은 친구라는 걸 잘 깨달을 수 있었어."

"너를 닉이 주워와서 키우기 시작했을 때에 우리들은 아직 이런 저런 일들을 실행하기 위해서 모여서 계획을 짜는 중간단계에 있었어. 한 두건 가벼운 일들을 성공해서 의기양양하기도 했고, 그게 비록 복수라고는 해도 할 일을 같이 해줄 동료가 있고, 계획이 차근차근 이루어지는 건 살아있을 때 못지 않게 즐거웠어. 그리고 네가 있었어. 왜 그렇게 너를 키우는 게 우리에게 중요했을까는 굳이 말 안 해도 되겠니? 우리는 우리에게 와준 너를 귀하게 키우고 싶었어. 다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었고, 이별의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지. 그래서 너는 아직 말을 못하던 아기 시절부터 걷고 말을 할 때까지 우리라는 대가족 사이에서 자란 거야. 모두 너를 돌아가면서 키우는데 에 열심이었어. 그러나 모든 일에 끝이 있듯이 우리들의 복수는 차츰 완성되어갔고, 너도 자라났어. 헤어질 때가 왔어. 어느 날 너에게 낙과 다른 사람들이 단지 너와 같이 날아다니면서 놀고 싶어서 유체 이탈하는 법을 가르쳐놨었어. 금지하거나 화를 내거나 혼을 낸다고 무엇이 변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살아있지 않았어. 우리는 보통 말하는 현실적인 존재도 아니었어. 마법과 기이함이 우리의 일상이었지. 그래서 이별의 때가 왔다고 생각했었어. 너를 되도록 빨리 인간의 세계로 되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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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있습니다. 끝이 얼마 안 남았네요. 감상 및 비평 환영합니다
...아니 답글 하나만 달아주세요(굽신굽신) 

by viai | 2009/06/22 16:25 | Winter's tales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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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6/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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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iai at 2009/06/22 22:07
답글 감사합니다(굽신굽신). 내가 졸라서 얻어낸 평이라 더더욱.

저 길동무라는 동화가 내가 제일 사랑하는 동화들 중에 하나야. 심지어 저 동화를 처음 접한 소스가 뭐였는지도 생생하게 기억하지(집착 쩐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애인데다 동화 분위기다 보니 아주 하드한 사건이 일어날수 없음+ 어린애 말투 쓰기 어려움+ 과연 플롯이 설득력이 있는가가 주로 불안한 점이었는 데 그거 흠잡히지 않아 다행이다. 문학도 티 나는거나 오타는 그 보다는 좀 덜 아플 정도(퍽)

사실 이 글도 WOD 룰이 기반이지. 저 알피지 시스템에 실린 엽편글들이 참 차갑고 예리해서 처음 접한이후 계속 동경해 왔는데 그래서일까나, 찬 문체라는건. 사실 답글 중에 제일 뼈아픈 지적이다. 0<-< 다음에는 좀 더 온도가 높은 문체를 시도해 봐야지;;;
Commented by zendA at 2009/06/23 00:45
건필 -_- b
Commented by viai at 2009/06/23 14:27
좀 확실한 기준 갖고 까 줄수 있는 분은 비평 해주는 게 예의일 때도 있다고. 어찌되었던 답글 고마워.ㅠㅠㅠㅠㅠ
Commented at 2009/06/23 00:57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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