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보리스와 나는 눈 덮인 벌판이 끝나는 곳까지 왔습니다. 수직으로 깎아진 높은 벼랑 옆으로는 비스듬하게 내려간 비탈길 끝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건너편은 내 눈에도 내다보일 정도였고 작고 깨끗한 자갈들이 깔린 강바닥은 아주 전혀 깊지 않아 헤엄치지 않고 걸어서 건너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강물은 깨끗하고 아주 맑아서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이 그저 맑은 물만이 흐르는 강은 가장 깊은 곳까지도 말갛게 들여다보였습니다. 희미하게 안개가 어디선가 흘러오더니 강 저편은 어느새 빠르게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작은 개울 같은 그 강의 물이 흘러가는 소리까지도 맑고 투명했습니다. 나는 강가로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서늘한 물이 발에 닿았을 때야 난 내가 맨발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의 흐름이 발을 간질이고 지나갔습니다. 나는 어느새 물이 발목까지 차 오른 곳에 서있었습니다. "보리스, 그럼 어째서 이렇게 떠나는 거야? 어째서 보리스는 이렇게까지 먼 곳까지 와야 했던 거야? 왜 오늘이었던 거야?" "보리스 한가지만 말해줄게. 나는 이전에도 유령들을 봤었어. 음, 그러니까 에바 마리랑 보리스가 찾아오기 전가지는 난 그걸 그냥 엄마랑 아빠가 말했던 것처럼 환상이나 꿈을 꾼 거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난 닉을 봤던 기억이 나. 라임색 스케이드 보드 슈트를 입고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공중에 떠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난 엘리자베트를 본적도 있는 것 같아. 그녀는 딱딱하고 커다란 나비모양의 안경을 기고 커다란 공책을 들고 있었어. 봤었는지도 확실하진 않았었지만. 그래 난 그 사람들을 봤었어. 그렇지만 손을 흔들어주지도 미소 지어주지도 인사하지도 않았었어. 보리스 난 에바 마리와 보리스를 제일 좋아했었어. 이 말을 하고 싶었어.”
꼭 잡고 있던 보리스의 차가운 손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보리스는 나를 보면서 이제까지 봤던 어떤 모습보다도 더 밝고 즐거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나는 그가 왜 그렇게 즐겁게 웃고 있는지까지는 잘 알수 없었습니다. "애나, 그걸 아니? 우리들이 모두 대체 어떤 바보들이었는지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가는 바보였다는 걸. 항상. 우리는 모두 널 사랑했어. 그래서 모두가 너를 마지막으로 보려고 했던 거야. 나와 안네 마리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바보짓을 했던 거야. 우리는 모두 널 사랑했었어. 하지만 그 때문에 모두가 약속을 깨뜨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어. 그러니까, 이제는 이별할 시간이야. 애나 브라운.넌 우리들을 기억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거야." 그리고 보리스 이바노비치 알렉셰예비치는 내 손을 놓았습니다. 안개는 더더욱 짙어져서 나는 물을 건너는 소리 이외에는 그의 뒷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강 너머를 바라보고있엇습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뒤돌아서서 강에서 나와 이제는 눈이 그친 벌판을, 여전히 조용하고 불길한 검은 집들이 늘어선 마을을, 낯설고 사람들이 코트 깃을 세우고 지나다니고 전차가 다니는 시가지를 건너서 집으로까지 돌아왔어요.
"호수바닥에서 신원 미상의 시체 발견'
|
카테고리
외부링크
최근 등록된 덧글
w님/ 왠지 그나마 루케니가 ..
by viai at 11/03 그렇다면 다행. 난 만약 당신.. by Hell at 10/28 Hell/ 저 목록은 정말 불쾌했.. by viai at 10/28 흠. 그걸 diss라고 생각했다.. by Hell at 10/28 저도 소설 만들었어요 ^^ 제.. by 허스키 at 10/11 이글루 파인더
|